작성일 : 06-04-03 11:34
동해안 1천리를 가다-울진 후포 등대지기
조회 : 15,205
글쓴이 : 보트랑
http://www.aceyacht.com/gnu/cm_free/41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도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고 알아주지도 않는다면 슬픈 일일까?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이들이 있어 세상은 그럭저럭 살 만한 곳일지도 모른다.해양수산청 산하 항로표지과 공무원들도 그 중 하나로 등대지기 혹은 등대원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뱃사람들에게서조차 점점 잊혀가는 이름이지만 불빛하나로 밤의 바다를 지배한다.

◆동해 뱃길 밝히는 후포 등대

울진 후포면 후포리 후포항. 항을 뒤로 깎아 세운 듯한 암석산인 등기산(燈基山)이 눈에 들어온다.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 해발 64m인 산 정상부에 올라서면 등대 하나가 가만히 서있다. 앞쪽으로는 온통 시퍼런 바다다. 김진형(59) 소장은 "이곳은 옛날부터 부근을 지나는 선박의 지표 역할을 하기 위해 낮엔 하얀 깃발을 꽂아 위치를 알리고 밤엔 횃불을 밝히던 봉수대가 있었던 곳"이라며 우리나라 고대 항로표지시설 설치, 운영을 알 수 있는 유서 깊은 지역이라고 했다.

후포등대에 처음 불이 밝혀진 것은 1968년 1월 24일. 후포어업조합이 사설항로표지로 무인등대를 설치, 운영해오다 해상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유인 등대가 됐다. 불빛 세기도 37만 광도로 높여 35km 해상 밖 어선들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김 소장과 조희제(39), 오정민(36) 씨 등 3명이 8시간씩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항해선박의 안전을 위해 불을 켜는 광파운영과 안개가 끼면 곧 바로 메아리와 같은 ‘뿌우우’하며 특유의 소리를 내는 음파표지 운영이 이들의 주요 임무다. 또 항로표지 시설 및 기기관리, 울진 평해읍 직산항~영덕 구계면 구계항에 이르는 21개의 무인등대 상황도 이들이 파악한다.

“정말 바빠요. 1일 5회씩 구름과 바람의 세기, 심지어 파고까지 관측해 울진기상대에 상황을 알려줍니다. 등대에서 동쪽으로 24.5km 떨어진 수중 바위 왕돌초에 설치된 항로표지 등표까지 우리가 맡아서 합니다”라며 막내격인 오씨가 말했다.

◆기러기 아빠 원조, 등대원-자긍심 하나로 지켜.

올 6월 정년을 앞두고 있는 김 소장은 요즘 도통 잠을 이룰 수 없다. 올해로 27년. 대과없이 공직을 마감하고 이젠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어 기쁘기도 하지만 남아 있는 후배 등대원들의 근무여건과 사회 인식도가 걱정이다.

“그래도 후포등대는 A급이죠. 대문 앞까지 차가 올라오잖아요. 독도 같은 섬 지역에서는 생필품 공급이 원활치 않아 처음엔 상하기 쉬운 채소류부터 먹고 다음에 고기류나 마른 반찬을 먹습니다.”

2004년 여름 독도 근무 시절, 태풍으로 식수시설이 부서지면서 꽤 오랫동안 빗물을 받아 물통에 보관했다 식수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래도 가장 큰 적인 외로움에 비하면 육체의 괴로움은 참을 만 하다.

대부분의 근무지가 섬이거나 오지여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친지나 친구들의 길흉사를 챙기지 못하는 것은 이미 당연하게 생각한다. 자녀가 어릴 때는 관사에서 함께 지낼 수도 있지만 교육문제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김 소장은 물론이고 조씨의 가족도 포항에 있다. 아이들이 어린 오씨만 관사생활이다. 조씨의 말이다.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입니다. 포항에 있는 아내가 전화로 아이가 크게 다쳐 병원에 있다고 했을 때…. 당해보지 않으면 그 심정 모르죠. 갈 수도 없고…."

김 소장은 아이들 생일은 고사하고 입학, 졸업식 한번 제대로 못 가봤다며 기러기 아빠 원조라고 했다. 또 김 소장은 3년 전 독도생활을 할 때 친형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갈 수가 없어 퇴근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고 했다.

◆등대원은 맥가이버, 만능 재주꾼

기러기 아빠를 조금만 하면 만능 재주꾼이 된다. 혼자만의 생활이 그렇게 만들었다. 요리사가 되고 의사나 약사가 돼 스스로 병에 대해 처방을 내린다.

“처음 등대원이 됐을 때 가장 큰 문제가 식사였어요. 지금이야 마트나 시장에 가면 이것저것 반찬거리도 많지만 옛날에야 다 만들어서 먹었지요. 그러다보니 못하는 요리가 없어요.” 김 소장의 말이다. 김 소장의 전공은 멸치를 넣어 우린 국물에다 된장을 풀고 풋고추를 썰어 넣어 끓이는 된장찌개다. 묵은 김치를 넣은 김치찌개가 전문이라는 조씨는 "자리를 비울 수 없고 인원도 없어 회식은 꿈도 못꾸지만 언제 한번 다시 오면 회식을 한번 합시다"라며 자신들의 잔치에 초대해 주었다.

등대를 빠져나오면서 잊고 있었던 노래를 기억해냈다. "…생각하라 그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외롭고 힘들긴 해도 '노랫말' 속에서 멋지게 빛나고 있음은 참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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